사생활/일상

2022년 휴가 (I) - 가을

nicole10 2023. 3. 30. 18:37

2022년 가을, 나는 강원도에 있었다.

Link-Up의 첫 시즌이 드디어 끝났고, 마음 고생했던 내 자신에게 선물도 할겸, 그리고 2022년 큰 맘 먹고 나에게 선물했던 민희와 드라이브도 할 겸사겸사 계획했던 여행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이 내 생일이었기에 생일을 기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2박 3일간 내가 계획했던 일정은

1. 나홀로 등산

2. 나홀로 타지에서 러닝

3. 나홀로 맛있는 거 먹고 집으로 복귀

이렇게 간단했다.

 

[10월 31일] 1일차

아침에 민희에 짐을 싣고 설레는 마음과 함께 집을 나섰다. 맨날 도심에서 80~90km/h로 달리던 내가 고속도로에서 120km/h로 달리니 안개가 자욱해도 신이 났다. 중간에 휴게소 들러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커피랑 쥐포튀김을 사서 차에서 먹었는데, 그 쥐포튀김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다른 이야기지만 서울 돌아와서 다시 맛보고 싶어서 편의점에서 쥐포랑(?)을 사먹었는데 비린내가 많이 났다. 한마디로 실망했다는 이야기.

계획된 등산코스는 울산바위 코스!

산악인들에게 울산 바위는 물론 아주 시시하겠지만... 원래 혼자 오대산을 가려고 했는데, 홀로 4시간 등산하겠다는 딸의 말에 부모님께서는 두손을 들고 만류하셨다. 오대산은 사람이 많이 없어서 혹시 모를 사고 시 대처가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내 나이... 삼십대 중반에 이르렀으나 부모님 눈엔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와 다름없는 듯.

 

아침 7시쯤 집에서 나서서 쉬엄쉬엄 도착하니 9시 반 정도가 되었는데, 초입부터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월요일..아침인데... 이 정도면 대체 주말은...

설악산 소공원 가는 길

나는 시골이 없다. 부모님 두분 다 서울에서 자라고 생활하셔서 가장 멀리 사는 가족이라고 해봤자 경기도 외곽 정도.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휴가철이 되면 우리는 속초에 왔다. 설악산 소공원 방문 후 켄싱턴 설악 호텔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마시는 일정은 항상 휴가에 포함되어 있었다. 맨날 뒷좌석에서 멀미와 싸웠던 기억만 있었는데, 이곳을 혼자 운전해서 오게 되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어른이 된 기분?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소공원 주차장에 못미친 켄싱턴 설악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나만 아는 꿀팁이라는 생각은 오산. 이미 거의 만차라 구석에 겨우겨우 한자리를 발견해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설악산 - 로지한 클럽맨(내 차 아님)이 풍경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등산.

입장권을 사고 들어갔을 때 정말 깜짝 놀랬다. 사람들 왜이렇게 많아.

음식점 카페 등등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진을 치고 앉아있기에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서서히 사라지는 사람들.

소공원에서 울산바위로 걸어가는 길

등산의 묘미는 주변을 살피는 것인가?

난 운동을 하기 위해 산에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그래서 초반에, 중간 촬영 스팟에서, 그리고 마지막 정상에서 찍은 사진 외에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었네.

사람들이 사라진 길, 재촉해보는 나의 발걸음
울산바위야 기다려

정상에 도착하니, 개운함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시원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오르다 탈진할 것을 걱정해 이것저것 챙겨가라하셨지만, 내가 정상에서 먹은 것은 상큼한 천혜향 하나 뿐 다른 것은 딱히 당기지 않아 먹지 않았다. (운동할 때 공복을 선호하는 편)

정상에서 찍어본 뷰

내려오면서, 내려올 땐 올라갈 때보다 더 빠르게 내려왔던 것 같다. 어서 끝내고 싶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울퉁불퉁한 곳을 거의 뛰어내려오듯 하면서 넘어지지 않았던 것이 정말 은혜였다 싶다. 왜냐면 바로 다음 날 내 얼굴은 결국 부주의로 박살이 났으니까.

나가는 곳, Exit

간단히 켄싱턴 설악 호텔 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봉포머구리로 출발했다. 너무 배고팠기도 했고, 당시엔 아직 VMK 운영진 역할을 하고 있던 터라 매칭 관련해서 계속해서 선생님들께 전화오고, 여기저기 조율하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통화하면서 먹었었다. 그래서 사진을 못찍었음 ㅋ_ㅋ..

하지만 봉포머구리는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찾아보면 관련 사진은 많을 듯 하니..

https://goo.gl/maps/8Z4WCfkEbtnSPvMB8

 

봉포머구리집 · 강원도 속초시 영랑해안길 223

★★★★☆ · 해산물 요리 전문식당

www.google.com

혼자 모듬물회 하나 해치우고, 반찬까지 싹싹 긁어먹은 다음 주변 주유소에 들러 민희 배 빵빵하게 불린 뒤에 숙소로 출발했다.

숙소는 평창의 한호텔. 속초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좋았지.

다음 이야기는 2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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