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런프로젝트

2024년 하계 프로그램 준비(I)

nicole10 2025. 4. 12. 20:18

4월 중순 단체등록을 마친 뒤, 이제 프로그램 준비에 돌입했다.

 

프로그램 전담팀 구성하기

프로그램 전담팀은 둘로 나누었다. 운영부와 훈련부.

단체를 만들면서 운영 스텝들과는 이야기를 잘 마쳤기 때문에, 훈련 코치진 섭외가 필요했다. 런콥의 박명현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이전 단체에서 프로그램을 운영 했을 때 인연을 맺어온 런콥은 단체를 만들기 전 형체없이 프로그램을 운영했을 때도 큰 힘이 되어주셨었다.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었기에 런콥에서 수락만 해주신다면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었다. 통화는 길지 않았고, 감사하게도 프로그램 참여에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이렇게 팀 구성이 준비 됬다.

 

커뮤니티 주도적이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모금하기

감독님과 이번 여름 훈련 스케줄에 대해 16주로 상의한 뒤, 그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였다. 이제 예산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었다. 나는 이 문제를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적 있던 두가지 기준에 맞춰 결정하기로 했다. 바로 커뮤니티 주도적이고 지속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운영비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는데, 결론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이 가장 적합한 모금 방식이 될 수 있겠다고 마음이 모아졌다.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크라우드펀딩(영어: crowdfunding)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을 받거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이다. '소셜 펀딩'이라고도 하나,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주로 자선 활동, 이벤트 개최, 상품 개발 등을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한다. 투자방식 및 목적에 따라 지분 투자, 대출, 보상, 후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출처:위키백과

 

그동안 함께 훈련에 열심히 함께하셨던 참여자 중 꽤 많은 분들이 리뷰를 통해 회비를 걷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해주셨다. 먼저 기꺼이 회비를 내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지만,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방식은 회비를 걷는 대상을 분별하는 것에서부터 기준이 매우 모호했고, 무엇보다 우리가 얼마 되지 않는 돈(회비)으로 낸 사람과 내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게 되면 혹여 마음 상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지에서 일찍이 제외하였다.

 

이렇게 참여자들에게 운영비 마련에 동참해주길 독려하는 것은 나에게도 난생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금이라는 개념이 다소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프로그램을 런칭하겠다는 강한 의지만 있었다. '돈이 모이지 않는다면 내 돈으로라도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최악의 상황을 방어할 생각만 했던, 도전보다 리스크만 바라봤던 다소 비겁하고 회피의 색이 짙은 태도였다.

 

그러다 운영 스텝 중 한 명이 이번 펀드레이징은 운영비가 필요해서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정말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모일 거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만일 계획한대로 돈이 모이지 않아 그 빈곳을 내가 채워서 꾸역꾸역 운영하겠다는 생각이 우리가 세웠던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만일 그러한 경우가 발생한다고 해도 방향을 선회하면 될 일이지, 프로그램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존재가 커뮤니티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과연 우리는 주도적인 운영비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어디서, 어떻게 모금할 것인가

사실 말이 크라우드펀딩이지 일전에 한번도 진행해 본 적이 없던 이벤트였다. 인터넷에 펀드레이징파티, 후원금 모금 등을 쳐보니 여러가지가 나왔다. 간단하게 마련한 자선행사부터 비영리 단체 대상으로 정기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까지... 

 

당시 우리 단톡방에 들어와있는 참가자는 200명도 채 되지 않았었다. 때문에 단톡방에 들어와있는 참가자들만 대상으로 참여를 독려하기엔 예산 모금의 실패가 불보듯이 뻔한 상황이었다. 울타리를 넓혀야했다.

 

다행히도 요즘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정말 다양하게 있었다. 외부에 어필이 잘 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해 프로모션 한다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적합한 플랫폼을 고르려고 보니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플랫폼이 눈에 띄질 않았다. 비영리 단체만 대상으로 하는 펀딩 플랫폼은 UI가 너무 불친절하고 디자인도 좀 후진 느낌이었다. 모 플랫폼은 나름 이름있고 UI등이 멋졌지만 상품 판매 위주의 플랫폼이어서 프로그램을 위한 펀딩을 열기에 우리가 포함될 카테고리가 딱히 모호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와디즈라는 플랫폼으로 마음이 정해졌다. 내가 이곳을 결정한 이유는 첫번째로 "후원" 카테고리 때문이었다. 상품이 주가 되는 다른 카테고리와는 달리, 우리가 진행하는 활동으로 펀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후원 카테고리에서 진행중인 펀딩도 성공한 것이 꽤나 있어서, 나름 잘 관리가 되고 있어 보여 마음을 정했던 것도 있다. 또한 다른 분들이 올린 후원 포스팅을 보니 생각보다 마케팅 적으로 뛰어나지 않아도(?) 진심만 있다면 펀딩 포스팅을 올릴 수 있는 것 같아서 나름 허들이 낮게 느껴졌던 것도 있다.

 

리워드 준비

와디즈에 펀딩을 올리려고 보니 펀딩을 위해선 "리워드"가 필요했다. 벌써 5월 초, 후원 프로모션과 리워드를 준비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빡빡해보였다. 바로 어떤 리워드를 준비해야 할 지 고민을 시작했다. 먼저 우리같은 후원의 성격을 띄고있는 곳에서 어떤 리워드를 준비했나 찾아보았다. 머그컵, 플라스틱 물통, 키링, 엽서 등이 있었고, 대부분 판촉 대행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상품들이었다.

 

와디즈의 후원 카테고리에서 리워드 퀄리티가 어느 정도로 나오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을 한 뒤, 내가 만일 후원자라면 어떤 리워드를 받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후원이 목적이라지만 선물이랍시고 쓸데없는 리워드를 주게되면 오히려 안받느니만 못하게 된다. 정말 좋은 품질의 사은품이 아닌 이상 샘플 화장품은 다 버리는 나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전 단체에서 프로그램 운영하면서 남은 예산으로 싱글렛과 키링은 이미 제작했었기 때문에 뭔가 다른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 내 방 구석에 굴러다니는 한 브랜드의 리유저블 백이 눈에 들어왔다. 해당 브랜드에서 옷을 사거나 할 때 쇼핑팩처럼 담아준 가방인데, 내구성이 좋아 가까운 곳에 운동을 가거나 배낭 같이 큰 백을 맬 때 이너백으로 종종 사용하던 백이었다. 생각해보면 운동할 때 이너백이 많이 필요하다. 이런 리유저블 백이 없을때도 갈아입을 옷, 젖은 옷 등을 넣거나 운동용 신발, 슬리퍼 등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항상 엄마가 쓰다 버리시거나 옷을 살 때 같이 딸려오는 지퍼백을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거기에 신발이나 옷을 넣어 가방 안에 다시 담곤 했다.

필요할 때 쓰려고 모아두는 리유저블 백

 

인터넷에 "리유저블백 제작"을 검색해보았다. 제작 단가가 생각보다 높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최소 수량이었다. 적어도 300개에서 500개 제작이 최소로 잡혀있었다. 이렇게 많이 필요없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리유저블 백을 리워드로 준다고 했을 때 후원자들이 기뻐할까? 사실 자주 들고다니는 리유저블 백을 생각해보면 그 백이 보여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입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를테면 똑같은 리유저블 백이더라도 이마트 vs 룰루레몬이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적어도 러너라면 그럴 것 같았다. (이마트 비하발언 아닙니다.) 그럼 우리 브랜드가 러너들에게 그 정도의 브랜드 파워가 있을까? 리유저블백으로 소속감을 증명하고 싶을 정도의 파워는 아직 없다고 판단했다. 세상은 아직 우리의 존재를 잘 모르니까. 

 

그래서 리유저블백은 탈락. 하지만 이너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리유저블백 뿐일까? 이런 고민을 한 일주일 정도 하고 있을 무렵 함께 달리는 가이드러너 언니가 지나가듯이 "바쿠백"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귀에 꽂혔다. 바쿠백, 접이식 장바구니를 파는 한 브랜드의 이름이었다.

바쿠백 이미지 구글

 

리워드가 후원자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선물이라는 의미에서 리유저블백보다 바쿠백, 그러니까 이 접이식 장바구니가 더 적합해보였다. 내구성도 더 좋을 것 같고, 이너백 뿐 아니라 신발주머니나 동네 장보러 다닐 때 쓰는 등 활용도도 더 높아보였다. 무엇보다 더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었으므로 바로 제작에 돌입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바쿠백 제작을 쳐보니 여러 업체가 나왔다. 최소 수량도 50개 정도여서 부담이 없었다. 업체별 포트폴리오를 살펴본 뒤 한 업체를 통해 주문을 했다.

최초 주문 메일

 

메일을 통해 가방 디자인 템플릿을 전달받고, 디자인을 시작했다. 벌써 5월 중순, 리워드 제작이 완료되어야 인스타그램, 와디즈 등 컨텐츠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타이트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