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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런프로젝트의 비영리 임의단체 등록 과정

일전에 말한 대로, 2024년 4월에 나는 '가이드런프로젝트'를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하였다. 나도 처음이라 나름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등록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벌써 1년이나 지나서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아예 다 까먹기 전에 혹시라도 단체를 만들고 싶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등록 과정을 기록해본다.작년 3월 말 나는 시각장애러너가 가이드러너와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책임있게 고민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더 자세한 설립 동기가 궁금하다면? 👉 [나는 어쩌다 가이드런프로젝트를 만들었을까]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우리가 더 공식적으로 모일 수 있는 방법을 선명하게 알고 있는 ..

나는 어쩌다 가이드런프로젝트를 만들었을까

2024년 3월,소속도 없이 10주간 진행했던 동계 프로그램이 끝나고 진공상태에 놓였다. 그 때 난 풀코스를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2024 서울마라톤을 어찌저찌 완주했고, 이후 오른쪽 장경인대의 강한 보이콧으로 고생하고 있었으며 2023년 12월부터 미뤄온 수술도 앞두고 있었다. 프로그램이랑 서울마라톤 끝나고 생각하자며 미뤄온 결정의 순간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때 나의 신체는 이렇게 너덜거렸다. 당시 눈에 보이는 상황은 이랬다.2024년 10주 동계 프로그램에 펀딩에 이어 2차 펀딩 제안이 있었다. 그리고 펀더는 마음 속에 이미 그리고 있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에게 부담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이 꺼져가는 불씨를 지피기 위해 자비를 들여가며 나의 등을..

나의 영어공부(II)

이렇게 저렇게 나의 첫 풀 마라톤이었던 2019년 춘천 마라톤을 (눈물과 함께) 마치고, 판데믹이 세상을 덮었다.나는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내가 퇴사계를 낸 것은 이번해 2월이라고 해도, 내 일에 현타가 온 것은 그것보다 훨씬 전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고립된 시간이 많아지니 일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다. 하루종일 일을 하는데 뇌를 안쓰는 기분이었다. 이런 말이 좀 그렇지만 나에게 일이 너무 쉬웠다. 분명히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많았다. 막 쏟아져내렸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 보았을 때 주어지는 일은 너무 단순한 업무였고 이 단순한 업무에 여러가지 트집을 잡아 긴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내 시간에 대한 모욕이라 느껴졌다.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당시 나는 매일을 10..

사생활/일상 2025.03.29

나의 영어공부(I)

2월 말 퇴사계를 내고 나 앞으로 뭐해먹고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이 한동안 머릿속에 빼곡히 채워졌다. 시간이 많고, 잠도 잘 만큼 잔 것 같고. 컨디션이 올라오니 이제 무언가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나보다. 최근 그런 고민을 마음 한켠에 안고 슬렁슬렁 책을 읽고, 유툽도 보다가 문득 아 영어공부나 다시 좀 해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생각해보면 이놈의 영어공부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끝이 없다. 나의 부모님은 유난스럽게 조기교육을 시키는 분들은 아니셨다. 그러기엔 두 분 다 직장 일로 바빴고... 무엇보다 우리가 그렇게 공부에 큰 열정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엄마는 인기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비디오 테이프를 할인받아 사 오셔서 틈날때마다 틀어주셨었다. 심지어 영어자..

사생활/일상 2025.03.25

개와 나(II)

매리는 가족 중심의 예민하고 겁이 많은 개다. 매리는 보더콜리와 보스턴테리어 믹스인데, 아무래도 물려받은 피가 있다보니 흥분도가 높고 에너지가 많아서 산책을 꼭 자주 나가야 한다.산책할 때 가족 외에 누구라도 자기 기준 안전 거리 안으로 들어온다면 경계하고, 짖기도 한다. 양치기 개의 피를 받아서인지, 아니면 가족들이 좋아서인지 산책가는 인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매리는 빽(?)이 많아졌다고 생각이 드는지 기세가 등등 하고 (아주 약간) 용감해진다. 우리가족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표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잔소리 및 참견이 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깨달은 것은 어른이 되고도 한참 지난 시점이었으니.. 가족 단톡방도 존재하였지만 생존 확인 정도였고, 그 마저도 아빠와 남동생은 딱히..

2025 서울마라톤 풀코스 가이드러닝 완주.

2017년 10월부터 시작했던 가이드러닝. 만으로 7년, 햇수로는 8년 차가 되었다.오늘 나는 개인적으로는 3번째 풀코스이자, 가이드러너로서는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하였다.비록 목표로 했던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랴. 작년 11월부터 열심히 달려온 우리 지원이. 풀코스보다 훈련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단다. 오늘 나와 지원이(그리고 우리의 마라닉 올레님에게도 그렇겠지?)에게 너무 위대한 날이었기 떄문에 이 기억과 감정이 다 휘발되어 버리기 전에 기록을 남긴다. 어제 밤부터 못일어날까봐 너무 걱정해서 아예 옷입고 배번이랑 테이핑까지 다 하고 잠들었다. 다행히 4시 40분 기상. 옷입고 잔 덕분에 시간을 많이 세이브 할 수 있었다.헐레벌떡 양치하고 있는데 아드님 귀가 ^^(넌 대체 어느 시차..

사생활/달리기 2025.03.16

개와 나(I)

나는 동물 공포증이 있었다. 특히 개.내가 어렸을 적에는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래서 길에서 개라도 마주치면 도망치느라 남의 차 위에도 올라가보고, 차도에 뛰어든 적도 있다. 개 피하다 죽을 뻔 하기도 했다는 소리...뭐가 그렇게 무서웠었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개들이 나한테 꼬리치며 달려오는게 정말 너~무 무서웠었다. 뭔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강력한 두려움이었을까. 마치 저기 있는 의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 마냥, 움직이면 안되는 것이 움직이는 것 같은 생경한 감정이 매번 나의 버튼을 누르곤 했다. 지원이와 처음 친해지게 되었을 때, 달리기 말고 같이 식사도 함께 하자고 만났을 때 지원이는 당시 자신의 안내견인 달래를 데리고 왔다. 달래는 안내견 치고도 되게 ..

25년 동계 프로그램을 마치고

보아하니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마다 포스팅을 올리는구만. 애매한 휴직이라는 시간을 종결짓고 퇴사라는 종지부를 찍었다. 그게 2월 말... 뭔가 홀가분하면서 걱정도 되고 이런저런 외부적 상황과 맞물려 예민해지기도 하고 그랬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중심을 잘 찾고 있는 것 같다. 작년 10월부터, 그러니까 하계 프로그램의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준비한 25년 동계 프로그램.처음엔 처음이었으니까 귀엽게 넘어갈 수 있지만 두번째까지 귀엽게 봐주진 않을꺼라는 생각에 나름 동동거리며 준비했던 리워드였다. 생각보다 평도 좋고, 의미도 있었다. 일단 리플래닛이라는 귀인 덕에 모든 것이 다 완벽하게 준비 될 수 있었고 해피빈도 (담당자랑 어금니 물고 통화 몇번 했지만) 시기 적절하게 오픈 할 수 있었다. 언젠가 우당탕탕 ..

사생활/달리기 2025.03.14

마지막 근무, 그리고 회사를 나오며 드는 생각

벌써 10월 중순이라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그리고 나는 휴직(이라고 쓰고 퇴사라고 읽는다)을 드디어 맞이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2024년을 생각해보면 진짜 피슝- 이렇게 총알같이 지나갔던 듯하다. (엄청난 한 해 였어..) 1분기의 그 엄청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지나고 생애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라봄.2분기에 가이드런프로젝트 설립하면서 난생 처음 스스로 모금(크라우드펀딩)이라는 것도 해보고, 리워드도 제작해보고.3분기는 진짜 운동+일+운동+일+운동...(feat.구릿빛 피부, 가민 자국)4분기의 시작인 10월.. 이제 하계 프로그램을 2주 남기고 있다. 이번해 초에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엎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했던 때가 있었다. 그게 너무 무거워..